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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진화하는 페미니즘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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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진화하는 페미니즘

휴머니스트

권김현영 (지은이)

2019-10-21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늘 지금-여기를 이야기하는 페미니스트 권김현영 첫 단독 저서!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로 살면서 그가 알게 된 것들

지난 20여 년 동안 여성주의 연구활동가로서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여성과 연대해온 권김현영의 첫 단독 저서. 낯설지만 통렬한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지금-여기를 돌아본다. 된장녀·개똥녀부터 강남역 살인사건, 《82년생 김지영》 논란, 미투운동, 클럽 버닝썬 사태까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젠더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당연한 세계’에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바꿔내는 힘이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세상이 점점 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결코 이전과 같은 남성 중심 사회로 돌아가지 않을 만큼 진화하고 있다고.

1. “없어진 것은 성차별이 아니라 성차별이 있다는 목소리였다”
– 앎으로 싸우는 페니미스트, 권김현영의 목소리를 듣다

페미니즘이 다시 ‘부흥기’를 맞이한 2015년 이후, 수많은 여성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서점가에서는 페미니즘 도서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크고 작은 페미니즘 강연이 끊이지 않으며, 여성의 꾸밈 노동을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이 아무 배경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도래한 것은 아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때로는 은밀하고 때로는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이에 관해 꾸준히 발언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피해자와 함께 싸운 이들이 있었다. 페미니즘의 부흥은 바로 이렇게 과거에도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들 중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의 이름이 있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의 여성 문제를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통렬하게 비판해온 우리 사회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이다. 페미니즘은 반드시 사상과 실천이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페미니즘을 연구하며 강의하고, 동료 페미니스트와 함께 기획해 책을 내고, 성폭력 피해자의 곁에서 가해자에 맞서 싸웠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어 페미니즘이 활발하게 논의된 1990년대~2000년대 초, ‘구조적 성차별은 사라졌다’며 페미니즘이 진부한 이야기로 치부된 2010년 전후, 그리고 여성 대중이 페미니스트 선언을 통해 고사 직전의 페미니즘을 되살려낸 현재까지 그는 언제나 여성 문제가 일어나는 ‘지금-여기’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 중 ‘진화하는 페미니즘’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엮은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얻은 귀한 성과다.

2. “까다롭고 예민한 게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 질문하는 것”
– 페미니즘의 눈을 갖게 되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세상

페미니스트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어렸을 때 달리기를 좋아했던 저자는 가슴이 흔들린다고 남자아이들이 놀릴까 봐 달리기를 즐길 수 없게 됐다.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벌어졌을 때 한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방송사 남자 부사장과 화학과 남자 교수가 출현해 평소에는 본 적도 없는 생리대 구조와 착용 방법을 논의했다. 남성들이 모인 단톡방에는 불법으로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공유된다. 이런 일들에 의문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면 사람들은 단지 그가 너무 예민하고, 까다롭고, 피해의식이 강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이것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성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단순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응시하는 폭력적 시선, 여성의 경험을 무시하고 여성을 가르치려 드는 ‘전문가’ 남성의 태도, 불법 행위마저 본능이라며 용인하는 남성문화의 문제라는 낯선 관점을 제공해주었다. 더불어 페미니즘은 남성 중심 문화가 왜 문제인지, 그 속에서 여성이 어떤 차별과 폭력을 겪는지, 이를 어떻게 비판하고 바꿀지 말할 수 있는 목소리도 함께 주었다. 일상적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을 의심하고, 그 이면에 숨은 사회적·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관해 글을 쓰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이것이 페미니즘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생각하기, 말하기, 쓰기의 일상적 전환이다.

그때 갑자기 가슴이 흔들린다고 놀린다던 그 아이의 말이 생각났고 그전까지는 있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한 내 가슴이 세차게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웃고 있는 아이들이 모두 가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흔들리는 가슴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하려고 손으로 티셔츠를 잡아 늘리는 사이 상대는 이미 결승점을 지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또래보다 큰 편인 가슴을 동여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했고, 그러다 보니 점점 달리기 자체를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여자의 몸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할 때 겪는 어려움이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당시 나를 멈추게 한 건 흔들리는 가슴이 아니라 가슴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아주 나중이었다. 여성의 몸은 ‘아직도’ 전쟁터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성들이 점점 포기나 극복보다는 저항과 연대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 〈달리기 시합〉 중에서(27~28쪽)

이 부분이 정말 가관이었는데, 방송사 남자 부사장과 화학과 남자 교수가 나와 생리대 유해성 관련 대담을 했다. 이분들이 한 이야기는 여성이라면 대부분 아는 내용이다. 화학과 교수는 조사를 위해 처음으로 일회용 생리대를 뜯어보았다며 생리대 구조를 자세히 설명하고 이것을 착용하는 방법을 질병관리본부가 나서서 가르쳐야 한다는 ‘전문가 소견’을 발표했다. 일회용 생리대를 1년에 100번쯤 써보면 접착면이 어디인지, 날개는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 생리대를 얼마 만에 교체해줘야 하는지 다 안다. (중략) 보건당국 관료들과 남자 전문가들은 왜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마이크를 잡은 걸까. 그저 마이크를 잡는 게 너무 익숙해서, 모르는 게 없다고 착각한 나머지 생리대 착용 방법도 가르치려 드는 사태에 이른 것이 아닐까. 다시 강조컨대, 당신들이 이제야 알아낸 건 생리대를 사용해온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다.
- 〈모르는 게 없는 남자들〉 중에서(45~46쪽)

나도 그처럼 강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약함을 인정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단지 알고자 하는 목적 하나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선택지 바깥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고 세상을 새롭게 발명해내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사람에 가장 가까운 이름은 바로 페미니스트였다. 나에게 페미니스트란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사람, 알고자 하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페미니스트는 올바름의 이름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8쪽)

3. “페미니즘은 변화한 여성의 궤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 2000년 이후 한국의 주요 젠더 이슈를 돌아보다

페미니즘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지난 20년 한국 사회에서 논의된 주요한 여성 문제들은 무엇일까? 그사이 한국 여성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된장녀·개똥녀 논란, 장자연 씨 사건, 메갈리아 논쟁, 강남역 살인사건, 《82년생 김지영》 논란, 미투운동, 클럽 버닝썬 사태 등 이 책이 다루는 다양한 젠더 이슈는 2000년 이후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동안 여성의 사회경제적 조건은 다소 개선되었고, 페미니즘은 다시 여성의 삶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 동시에 어떤 논쟁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반복됐고,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감각이 퇴보하기도 했으며, 페미니즘은 집단적 공격을 받는 백래시 시대를 맞았다. 과연 한국 페미니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쉽게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때는 낯설었고 그다음에는 진부하다고 취급받던 권김현영의 목소리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항상 ‘지금-여기’의 여성을 치열하게 사유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페미니즘의 미래 또한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페미니즘은 늘 쓸모를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여성을 둘러싼 현실은 지겨울 정도로 비슷한 문제에 부딪히고 있으므로 페미니즘의 유용성을 인정받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피해 증거를 수집해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여성은 진화하지 않는 존재처럼 그려졌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여성의 삶은 어떤 사회혁명보다도 놀라운 수준으로 변화했다. 페미니즘은 이렇게 변화한 여성의 궤적을 담아내는 그릇이어야지, 몇몇 예외적인 여성의 영웅담만을 기억하는 도구가 아니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생각의 여정이 담겨 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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